보그트-고야나기-하라다(Vogt-Koyanagi-Harada)병은 양측성 육아종성 포도막염이 특징적이며 장액성 망막박리, 시신경부종과 같은 안과적 증상과 더불어 두통, 이명 등의 신경학적 증상 또한 동반될 수 있는 자가면역성 질환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 밝혀진 주된 병태생리는 맥락막 등 전신의 멜라닌세포를 표적으로 하는 CD4+ T세포 매개 면역반응이며 이 과정에서 여러 사이토카인들이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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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COVID-19)는 SARS-CoV-2 바이러스에 의한 급성 호흡기 전염병으로 전세계적 유행에 따라 여러 백신들이 개발되었고 백신의 여러 부작용들 중 안과적으로는 포도막염, 망막정맥폐쇄, 중심장액맥락망막병증, 급성 황반신경망막병증 등이 보고되었다.
2 그중 보그트-고야나기-하라다병에 대한 보고는 상대적으로 드문 상태로 국내에서는 mRNA-1273 백신(Moderna, Cambridge, MA, USA) 이후 발생한 증례만이 발표되었다.
3 이에 저자들은 국내에서 BNT162b2 백신(Comirnaty, Pfizer-BioNTech, New York, NY, USA) 접종 이후 발생한 보그트-고야나기-하라다병 1예를 최초 보고하고자 한다.
증례보고
53세 여자가 COVID-19 백신(Pfizer-BioNTech) 3차 접종한 달 후부터 시작된 양안의 시력저하, 충혈, 안구통증 및 두통을 주소로 내원하였다. 고지혈증 외 특이 내과적 질환의 과거력은 없었으며 안과적 특이 병력 또한 없는 환자였다. 증상 발현 1주일 후 본원 초진 당시 나안시력(Snellen) 양안 0.5 및 현성굴절검사에 의한 최대교정시력 우안 0.63, 좌안 1.0이었으며, 비접촉 안압계로 측정한 안압은 우안 19 mmHg, 좌안 21 mmHg였다. 세극등검사상 양안에 전방염증 2+ 소견이 관찰되었고 안저검사 및 빛간섭단층검사상 양안 시신경유두부종, 맥락막 접힘, 다발의 국소적 장액성 망막박리, 형광안저혈관조영술상 양안 후극부 조영제 누출 또한 관찰되었다(
Fig. 1). 이에 보그트-고야나기-하라다병으로 진단하 0.5% levofloxacin (Cravit, Santen Pharmaceutical, Osaka, Japan)과 1% prednisolone acetate (Predforte
®, Allergan Inc., Irvine, CA, USA)를 양안 4시간마다 점안 및 경구 prednisolone (Solondo, Yuhan Corporation, Seoul, Korea) 하루 30 mg씩 2차례, 총 60 mg 복용으로 치료를 시작하였다.
1주일 후 내원한 외래에서 나안시력은 우안 0.3, 좌안 0.15로 다소 감소한 결과를 보였으나 양안 안구통증 및 시야흐림에 대한 주관적 증상은 많이 호전된 상태였고 세극등검사에서 전방염증은 거의 관찰되지 않았다. 또한 안저 검사 및 빛간섭단층검사 상으로도 양안 모두 장액망막박리 감소 소견을 보여 안약 하루 4번 및 경구 약제 1주 간격으로 10 mg씩 감량하며 경과를 확인하였다(
Fig. 2). 결과적으로 2개월 후 내원한 외래에서 최대교정시력 양안 1.0으로 측정되었고 전방염증 없이 양안 망막이 완전히 정상화된 것이 확인되어 모든 약을 중단하였으며 그로부터 3개월 후인 마지막 외래에서 확인한 검사 상으로도 재발은 확인되지 않았다(
Fig. 3).
고 찰
본 증례는 특이 안과적 병력 및 수술력 없는 환자에서 BNT162b2 백신 접종 한 달 후 발생한 두통, 양안의 시력저하, 전방염증, 장액성 망막박리, 시신경부종 및 맥락막염 소견으로 보그트-고야나기-하라다병으로 진단된 경우이다. 실제 해외 논문을 통해 보고된 COVID-19 백신 접종 후 안과적 이상 반응들을 살펴보면 수일에서 수주까지 다양한 형태로 부작용이 발생한 것을 알 수 있으며 중증의 경우 포도막염이 가장 흔하였고 그 밖에도 시신경염, 망막혈관 질환 등이 보고된 바 있다.
2,4
그중 보그트-고야나기-하라다병에 대한 증례는 다섯 예가 보고되었으며 국내에서는 mRNA-1273 백신 접종 이후 발생한 환자에 대한 해외 논문만이 존재한다.
3,5-8 특이 과거력 없던 50세 여환이 첫 백신 접종 35일 이후 발생한 양안의 시력저하, 안구통, 두통으로 내원하 진단된 경우로 mRNA-1273 백신은 본 증례의 BNT162b2 백신과 유사한 방식의 mRNA 백신이라는 점에서 유의미한 관계가 있다고 판단된다.
3 이 밖에도 동일한 BNT162b2 및 아데노바이러스 벡터 백신인 AZD1222 (Oxford/AstraZeneca) 등 다양한 종류의 백신에 대해서도 비슷한 증례들이 보고되었다.
5-7 또한 백신 접종 외에도 실제 COVID-19 감염 후 보그트-고야나기-하라다병으로 첫 진단된 경우도 있었다.
9,10 현재까지 mRNA 백신 투여가 보그트-고야나기-하라다병을 유발하는 정확한 기전은 알려진 바가 없으나, 가능한 발생 기전으로는 우선 mRNA 전달 과정에서 분자적 유사성으로 관련된 사이토카인이 활성화되어 자가면역 반응을 유발하였을 수 있다.
11 또한, RNA 백신의 지질나노입자(mRNA-containing lipid nanoparticles) 또는 면역증강제(adjuvant)가 면역반응을 항진시켜 면역학적 불균형을 가져왔을 수 있다.
12 현재까지는 백신 투여가 기질적으로 소인이 있어 결국 보그트-고야나기-하라다병이 발현될 환자에서 발병을 앞당기는 것인지 정확히 알기 어렵다. 보그트-고야나기-하라다병의 주된 병태생리는 CD4+ T세포 매개 면역반응이며 특히 T세포는 interleukin (IL)-17, IL-23 등의 사이토카인을 통해 염증반응을 일으킨다고 알려져 있는데 임상 연구를 통해 COVID-19 mRNA 백신 접종 후 비슷한 기전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 밝혀졌다.
1,13-15
이 환자의 경우 동일 백신의 3차 접종이었다는 점, 접종한 달 후 증상이 발생하였다는 점에서 확실한 연관성은 부족할 수 있다. 최근 발표된 COVID-19 백신 관련 포도막염 환자들의 대규모 연구에 따르면 이상반응은 대개 1차 접종 후, 1주 이내 발생하였다는 보고가 있다.
16 하지만 COVID-19 백신 후 발생한 국내 중추신경계 자가면역 질환 보고에서 백신의 순서는 증상 발현에 큰 연관이 없음을 보고한 바 있고 백신 투여와 자가면역 질환 발생 사이 연관성에 대한 정확한 시간적 기준이 없는 상태에서 다른 유발 요인이 없는 본 증례에서는 백신 유발 가능성을 우선적으로 고려해 볼 수 있다.
17 또한 본 증례를 포함하여 대다수의 환자에서 경구 스테로이드 및 안약 치료만으로도 호전되었고 대규모 연구 상으로도 백신 접종 관련 포도막염의 비율이 현저히 낮아 접종 시 안과적 부작용에 대한 충분한 설명을 통해 빠른 치료가 이루어질 경우, 보다 안전한 백신 접종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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