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구 내 종양의 가장 많은 경우는 전이성 종양이다.1 전이를 유발하는 원발암의 경우 여성 환자의 경우 유방암, 남성 환자의 경우 폐암이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2 안구의 전이성 종양의 홍채와 섬모체 전이는 10% 정도로 알려져 있으며, 증상은 앞유리체염, 상공막염, 홍채신생혈관 혹은 종양침전물로 섬유주가 막히며 안압이 상승하는 이차녹내장의 형태로 나타난다.3
종양의 치료 방법이 발전하며 임상적으로 진단 가능한 안구 내 전이성 종양이 줄어든다는 보고도 있으나, 동시에 환자의 기대여명이 늘어나며 전신 치료에 비해 간과되던 안과적 치료의 중요성도 높아지고 있다. 홍채섬모체 전이를 동반한 폐암 환자의 생존 기간은 1년 미만으로 알려져 있고, 이를 고려할 때에 홍채, 섬모체, 맥락막 등 안구 내 전이를 진단할 수 있는 악성세포를 발견하는 것이 필요하다. 홍채 전이가 의심될 때 전방천자를 통해 안방수를 채집하여 악성세포를 확인하는 것이 유용할 수 있다. 한 번의 전방천자로는 악성 종양세포가 검출되지 않을 수 있어 위음성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 본 증례는 다른 진단검사에서 안구 내 전이가 명확하지 않을 때 반복된 방수세포검사를 통해 폐암 전이를 먼저 확인하였기에 이에 대해 보고하고자 한다.
증례보고
56세 여자 환자가 1개월 전부터 발생한 좌안 시력저하 및 이물감으로 본원 안과 외래에 내원하였다. 환자는 비흡연자로 갑상선기능저하증과 이상지질혈증 외 특이 병력은 없었다. 본과로 의뢰되기 13개월 전 우연히 발견된 폐 종괴로 비디오흉강경수술을 받았고 비소세포 폐암, 선암으로 진단받았다. 뇌와 우측 흉막, 폐와 우측 쇄골하림프절, 간, 부신에 전이가 있어 전신 화학요법 및 전뇌 방사선 치료를 받고 있었다.
안과 초진 시 나안시력은 우안 0.5, 좌안 0.3, 최대교정시력은 우안 0.9, 좌안 0.6이었으며, 골드만압평안압계로 측정한 안압은 우안 10 mmHg, 좌안 20 mmHg였다. 세극등현미경검사에서 우안은 전안부에 이상 소견을 보이지 않았다. 좌안 각막에 후면침착물 및 전방 내 2+ 정도의 염증반응이 관찰되었다. 전방축농 소견은 없었고, 홍채 전반에 다발성 결절들이 관찰되었다. 원형이고 비교적 경계가 분명하였다. 다발성 결절들은 크기가 모두 달랐고, 혈관을 포함한 듯 붉은 빛깔을 띄고 있었다(Fig. 1). 전형적인 홍채 전이는 단일 종괴인 경우가 많고 크기가 본 증례의 환자보다는 큰 경우가 많다. 또한 색깔도 홍채의 색깔과 유사한 결절로 나타나는 경우는 많이 보고되지 않았다. 홍채각막내피증후군 혹은 홍채 전이를 염두에 두고 추가 검사를 시행하였다. 전방 각경검사 결과 전방각의 하부에 섬유주 색소화 소견이 관찰되었다(Fig. 2).
좌안 안압과 전방염증을 조절하기 위하여 2% dorzolamide/0.5% timolol fixed combination (Cosopt®, MSD, Whitehouse station, NJ, USA) 2회, 0.2% brimonidine tartrate (Alphagan-P®, Allergan, Irvine, CA, USA) 2회, 1% prednisolone (Predforte®, Allergan, Irvine, CA, USA) 4회 점안하였으나, 좌안의 안압이 30 mmHg로 latanoprost 0.0005% (Xalatan®, Pfizer, NY, USA)를 추가로 처방하였다.
2주 동안 안압하강제를 점안하였으나, 안압은 우안 13 mmHg, 좌안 42 mmHg로 조절되지 않는 양상이었다. Acetazolamide (Diamox®, Hanlim Pharm Co., Seoul, Korea) 250 mg 3회 복용하여도 안압은 우안 12 mmHg, 좌안은 40 mmHg로 조절되지 않았다. 좌안 각막상피결손과 홍채 다발성 결절들이 증가한 것을 관찰하였으며(Fig. 1), 전방 내 염증도 2+로 호전 없는 양상이었다.
이후 녹내장 파트 의뢰되어 진행한 시신경검사에서 좌안의 시신경유두함몰비가 크게 관찰되었다. 환자가 최대한의 약물 치료를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두통과 안통의 악화를 호소하여 안압 조절이 필요한 상태였다. 전방세척 중 모양이 서로 다른 큰 결절들이 떠다니는 것이 관찰되어 병력상 홍채 전이를 확인하고, 액상세포병리검사를 시행하였다. 26게이지(gauge) 주사 바늘의 베벨이 위쪽으로 향하도록 하여 투명각막접근법으로 전방을 천자하여 약 200 uL의 방수를 채취하였다. 채집한 표본을 액상세포병리검사 의뢰하였다.
임상적으로 홍채 전이로 의심되었으나 세포병리검사상 방수 내 악성 종양세포는 발견되지 않았다. 이에 외래에서 전방천자를 다시 시행하여 방수 200 uL를 얻었다. 액상세포병리검사 결과 악성세포가 관찰되어 비소세포 폐암의 홍채 전이를 확진하였다(Fig. 3). 홍채 전이를 확인한 후 혈액 종양내과에서는 전신 화학요법을 다른 표적 치료제로 변경하였다. 이후 경과 관찰 중 안압 우안 15 mmHg, 좌안 50 mmHg까지 상승하여 좌안 섬모체광응고술을 시행하였고, 1개월 후 안압은 우안 11 mmHg, 좌안 12 mmHg로 안정적으로 유지되었다.
고 찰
본 증례에서는 비소세포 폐암 환자에서 반복된 방수세포검사로 홍채 전이를 확인할 수 있었다. 말기 악성 종양 환자에서 전이가 안과적 증상을 유발하는 경우는 드물다. 하지만 안구 내 전이가 종양의 첫 번째 임상 증상으로 발견되는 경우4도 보고된 바 있다. 한 대규모 연구에서는 안내 종양의 진단 당시 원발암을 진단받지 않은 상태인 환자가 30%에 달하였다.5 무증상의 모든 종양 환자를 대상으로 스크리닝검사를 하는 것은 비용 대비 효과가 떨어질 수 있으나3 악성 종양 환자가 안과적 증상을 호소하는 경우 전이의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진단에 임할 필요가 있다.
악성 종양 환자에서 안구 내 전이는 2%에서 나타난다고 알려져 있고 그중에서 홍채 전이는 전체 안구 내 종양 전이 중에서도 9%를 차지할 정도로 드물고, 홍채 전이는 종괴로 나타나며, 색깔은 다양하고 1개에서 10개 이상이 발견되는 경우도 있다.5 주로 단일 결절로 나타나며, 환자의 32%에서 안구 통증, 30%에서 시력저하를 호소하였으며, 38%에서 동공 편위, 37%에서 이차녹내장이 나타난다. 25%의 환자에서는 세침흡인검사가 확진에 도움이 되었으며, 전신 화학요법, 방사선 치료가 국소 종양 조절에 효과적인 치료였다는 해외 보고가 있다.6
국내에서는 폐 선암의 홍채 전이 1예, 망막박리를 동반한 맥락막 전이 1예가 보고된 바 있다.7 그러나 두 증례 모두 확진을 위한 안과 조직검사는 시행되지 않았다. 국내 시행된 한 연구에서는 비소세포 폐암이 의심되는 환자에서 섬유주절제술 중 얻은 홍채 조직으로 병리검사를 시행하여 진단한 바 있다. 단안의 홍채 다발성, 타원형 결절, 전방축농, 고안압 소견으로 섬유주절제술을 시행하고 주변부 홍채절제술을 통해 조직을 얻어 병리검사를 시행하였다.8
해외에서는 홍채 전이의 27%가 폐암에서 기원한다고 보고된 바 있다.9 폐암의 포도막 전이를 다룬 대규모 연구에서 조직학적 분류가 조사된 환자의 84%가 비소세포성 폐암으로 확인되었고, 안통과 충혈로 내원한 비소세포 폐암 환자에서 동공연의 홍채 종괴로 전이성 종양으로 진단한 경우가 있고,10 세극등현미경검사와 빛간섭단층촬영을 통해 홍채 종괴를 확인하고, 전신검사를 시행하여 폐 선암을 안과에서 처음 진단한 바 있다.4
폐암의 안구 내 전이의 경우 생존 예후가 불량한 것으로 알려져있다. 후안부 종양의 경우 진단 시점부터 7.4개월, 전안부 종양의 경우 5.4개월의 생존 기간이 보고되었다.11 2006년 국내 보고된 비소세포 폐암의 홍채 전이가 확인된 환자는 3개월 후 사망하였다.8
악성종양의 홍채 전이는 감별해야 할 질환이 몇 가지 있다. 본 증례의 환자는 일반적으로 홍채각막내피세포증후군에서 보이는 홍채실질과 비슷한 구조의 결절과는 다른 양상이었으나, 폐암의 홍채 전이에서 군집을 이루지 않고 단일 초점에서 결절이 발견된 것9과는 달리 다발성의 결절로 관찰되어 원발 종양의 전이 여부를 임상적 기준으로만 결정하기는 어려웠다. 결절 모양이 다르고 붉은 빛을 띠고, 다양한 크기의 세포들이 전방 내에 떠다니는 점에서 홍채 전이를 시사하는 것으로 판단하였다.
국내에서 맥락막 전이를 세침흡인검사로 확진한 보고는 있으나 안방수 세포검사를 통해 홍채 전이를 진단한 보고는 없었다. 안구 내 전이가 동반된 경우 시력 예후가 불량한 경우가 많다. 또한 전안부를 침범한 안구 내 종양의 경우 염증과 안압을 조절하는 보존적 치료가 주된 치료 방법이며,12 안구 내 전이성 종양의 경우 수술적 절제보다는 항암 치료나 방사선 치료가 고려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환자의 예후를 고려할 때 조직검사보다 전방천자와 같은 비교적 덜 침습적인 검사가 유용할 것으로 생각된다. 두 방법을 비교한 연구는 없으나 세침흡인검사 역시 30% 이상에서 전방출혈 등의 합병증을 동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13 방수는 원심분리 후 도말 및 염색 과정을 거쳐 병리검사에 쓰이게 된다. 전방천자로 얻은 방수는 오래전부터 안구 내 원발암, 전이 종양을 진단하는 데 사용된 바 있다.14 이외에도 전방천자는 포도막염, 안구 내 종양 등 질환의 진단뿐 아니라 원발개방각녹내장의 치료로도 활용된다. 합병증의 정도가 경하여 쉽게 시행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전방천자는 각막부종, 고안압, 전방염증 등이 동반된 환자에서도 세극등현미경 하에서 시행되는 경우 중대한 합병증이 발생된 바가 없다. 문헌 고찰에 따르면 수정체안과 나이와 무관하게 안전 문제가 보고된 바 없다. 하지만 안전한 술기를 위해 점안마취를 시행하고, 포비돈 요오드 소독을 시행하고 수술실에서 행하도록 하고 있다.15 하지만 위음성의 가능성이 있으므로, 안방수 채취로 한 번만에 액상세포 병리검사상 악성세포가 발견되지 않더라도 비교적 덜 침습적인 전방천자를 여러 번 반복하는 것이 유용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종양이 의심되는 이차녹내장 환자에서 종양의 안구 내 전이를 확인하기 위하여 방수세포검사를 반복하여 시행할 수 있으며 이는 전신 상태에 대한 평가와 치료 방침을 설정하는 데에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된다.